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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Cyr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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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 123분

#뮤지컬 #로맨스 #드라마

사랑을 대신 써주는 남자와 사랑을 빌려서 말하는 남자가 있다. 록산을 향한 시라노의 마음을 모르는 크리스티앙이 그의 글을 빌려 록산에게 사랑을 말하기 시작하는 것을, 도서관의 사서들은 알고 있다. 시라노의 편지를 대신 배달하기로 하는 세 명의 사서.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세 사람이 전달하는 편지가 과연 시라노의 뜻대로 제대로 도착할지.

시라노는 마스터가 내려다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성인이었다. 

그 사실에 특별한 반가움이라도 느끼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특별히 아는 체도 하지 않았고, 단순히 시선이 맞물렸을 뿐이었다. 둘 중 누구도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환이 길어졌다. 잠깐 눈을 마주치고 있던 두 사람은, 무언 속에서 무언가를 파악하기라도 한 듯 동시에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마스터라고 부르게.”

“설마 본명은 아니겠지? 시라노일세.”

짧은 악수가 끝난 뒤, 마스터는 제 뒤에 선 일행 두 사람을 앞으로 내세웠다. 마스터와 비슷한 체구의 여자아이, 그리고 넷 중 혼자서만 훌쩍 키가 큰 남자.

“요나예요. 반가워요, 시라노 씨.”

“솔 파울리입니다.”

시녀와 시종을 달고 다니는 부유한 도련님 따위로 오해받기 딱 좋은 구성이었다. 그들은 이 세계에 떨어진 지 오래지 않아 비슷한 취급을 몇 번이고 받았다. 그러나 시라노만은 그러지 않았고, 순순히 세 사람의 이름을 나지막이 발음하기만 했다. 각자가 다른 이방인 무리를 두고서 퍽 거리낌 없는 태도였다.

“당신이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 소문이 있기야 하지.”

“동시에 자네가 근위병이라는 이야기도.”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유명해졌는진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건 다 아는군.”

소개가 오가는 동안에도 종종 시라노가 나온 건물 쪽을 바라보던 요나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무언가를 말하려다 삼키고, 짧은 침묵 뒤로 이어진 것은 소개 직후에 오기에는 사적인 질문이었다.

“방금은 누굴 만나고 오신 건가요? 여성분이 계시던데요.”

대답을 미루거나 망설이는 법이 없던 시라노의 입이 일순 다물렸다. 잠깐 감정을 갈무리한 그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이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록산.”

그러나 세계 바깥의 이방인들은 알았다. 잔잔한 목소리 아래로 깔린 감정을. 그런 것에만 유난히 예리해지는 인선인 탓이다. 자신이 가진 것이라 그런지.

시라노의 이름을 들었다면 록산의 이름 또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유명인. 강하고 영특한 시인 시라노, 아름답고 지혜로운 록산. 그들은 아주 친밀했고 그럼에도 결코 연인으로 오해 받지 않을 격차를 가지고 있었다.

“부탁이라도 받았나? 여인이 눈물로 호소하면 듣지 않을 수 없겠지.”

“들었나?”

“추측일세. 자네 손수건이 빠져나와 있길래.”

“어떤 부탁이었습니까?”

타인의 대화에 끼어드는 일이 많지 않은 솔이 굳이 행동했으나, 그 태도에 비해 다 아는 것을 일부러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런 식의 로맨스 장르에 흔히 벌어지는 이벤트라는 거지.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에게로 데려와달라고 하더군. 그이가 편지를 쓰게 해달라고도.”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요나가 중얼거렸다. 분홍색 눈동자가 올곧게 시라노를 향한 채였다. 그 속에 비친 시라노의 얼굴이 흔들렸다.

“그래.”

“거짓말.”

“거짓말이든 아니든. 결과와 겉보기만이 중요하지.”

“뭐, 이해 못 할 말은 아니네만.”

그야말로 제 ‘겉보기’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흘려버리는 사람이 하는 말이란. 마스터는 짐짓 알았다는 것처럼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랑에 멍청해지는 것도 젊을 때 할 일이지.”

“그것이 당신의 방식이라면 저희가 참견할 일도 아닙니다.”

“그래도…….”

세 사서는 마치 모이라이라도 된 양 시라노를 굽어보았다. 세상과 줄거리, 등장인물을 하나의 이야기로서 보게 되어버린 이들이다. 관망과 참견을 동시에 가지는 입장은 태도가 복잡했다.

“이렇게 하죠. 편지 배달은 저희에게 맡겨 주시지 않겠어요?”

“자네들에게?”

“네.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하게 전할게요.”

“왜 갑자기 그런 부탁을 하는지 모르겠군.”

“지켜보고 싶어서요.”

요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 시라노의 손을 붙잡았다. 콧잔등에 걸친 안경알이 동그랗게 빛났다. 정직하고 강렬한 눈빛. 그의 표정에는 한 점의 거짓도 없다. 어린 티가 나는 외양이라지만, 요나 특유의 침착함은 그에게 진중함과 진실성을 부여했다. 시라노는 그 기세에 떠밀린 것처럼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 역시 질문이 있어. 자네들은 사랑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것처럼 굴던데.”

눈을 가느다랗게 떴던 그가 세 사람을 차츰차츰 돌아보았다. 심드렁한 얼굴의 소년, 입을 앙다물고 고집스레 선 소녀, 그리고 속내를 읽기 어려운 저 청년까지. 사람 하나마다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라지만, 그들의 면면에서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의 단초를 금방 찾아내기란 어려웠다.

“자네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운 편지를 전하려거든 그에 맞는 노랫말이 필요해.”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왔다. 요나가 설명했다. “아, 《시라노》는 유명한 희곡이에요. 이곳은 그 희곡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영화고요. ” 솔이 싫은 티를 숨기지 않았다. “저희도 노래해야 합니까?” 마스터야 춤과 노래를 기꺼워하는 편이었고. “아무래도.”

“사랑이란!”

군중이 하나가 되어 외쳤다.

“정열적으로 불타오르는 것!”

“빵 반죽만큼이나 부드럽고 부풀어 오르는 것!”

“숨기고 싶어도 숨겨지지 않는 것!”

광장을 가득 채운 춤과 노래. 순응한 다른 두 사람과는 달리, 솔만은 꿋꿋했다.

“이렇게 요란을 떨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럼에도 장르 색은 유지된다! 누군가 불쑥 튀어나와 마이크를 넘기듯 손짓했다.


 

#052 시라노와 모이라이의 대행자

 

군중   사랑이란!

오요나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것!

군중   사랑이란!

마스터  나를 사고하게 하는 것.

군중   사랑이란!

솔 파울리 나를 버리게 하는 것.

 

세 사람의 답을 들은 군중, 동의하듯 환호한다.

사방으로 꽃가루 떨어진다.

노래를 마치자 음악이 잦아든다. 썰물처럼 인파가 빠져나가고, 어두워진 골목. 시라노와 세 사람만이 남는다.

 

시라노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맡겨 보지.

컨텐츠 정보

출연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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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파울리

모구, 무림고수, 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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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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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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