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노아’의 밤, 크게 엔진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를 쫓는 것일까? 브레이크를 밟는 바퀴의 마찰음이 정확한 간격을 두고 따라붙는다. 몇 겹으로 겹쳐지는 것이 질주하는 이가 하나가 아닌 모양이다. 요란한 소리를 듣고 있자면 어느 쪽이라도 이 도시는 잘 아는 것이 분명하다. 벽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길을 마주할 생각으로 내달리는 것이 시야 밖에서도 느껴진다. 선두에 있는 남자, 카이렌 역시 핸들을 꺾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그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은 도착해야 할 장소뿐이다. 한 무리의 차들과 뾰족한 첨탑이 가까워졌다. 숨이 가쁜 일과는 먼 사람인 것은 지금은 무용한 일이 된다. 잔뜩 뛰어 문 앞까지 다다르면 잠긴 문을 강제로 열고 카이렌은 기어코 안으로 들어간다.
시야에 들어올 만큼 다가가 선다. 잠든 것처럼 눈을 감고 있지만 어쩐지 깨울 수 없을것 같다는 예감이 시야 한 끝에 걸리는 것 같다. 불길하다. 그 주변에 촛불들이 켜져있고 주변을 밝힌 그 색채가 꼭 살아있음을 묘사하는 것 같지만, 편하게 누워있는 것이 언젠가의 죽음이 떠오른다.
“칼.”
이름을 부르면 꼭 얼마 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맨처음 눈이 처음으로 마주친 가면무도회. 혹은 같이 이름을 가지고 맹세한 그때, 그것도 아니라면 가문의 눈을 피해 만났던 밀회. 모든 순간이 밀려 들어온다.
일어나면 독약을 마시는 순간의 카이렌과 마주친다. 하지만 그 카이렌에 비치는 건 단순한 놀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무사함을 찾아낸 안도감이다. 도리어 지금 무슨 상황인지를 더듬듯 놀라는 칼은 쓰러지는 그의 몸을 붙잡지만 이미 기운 몸은 연인에게 다정하게 기댈뿐. 잠시 응석을 부리는 것처럼 어깨에서 아직 남은 숨을 옅게 뱉고, 인사한다.
“무사했네.”
“뭘 한거예요?”
“당신을 따 라가려고 했지만.”
“... …”
“앞질러버렸어.”
“그게 무슨 소리에요?”
“... …”
“설명해.”
“아직 시간은 많아.”
다소 뜬금없는 대답, 느슨하게 이어지는 말과 달리 카이렌의 손에는 힘이들어간다. 칼이 쥔, 덜 마른 독약병을 저지하는 것처럼.
“당신은 시간이 없는 것처럼 굴지 않았나.”
… …
그러나 들리는 목소리는 없다. 작별의 말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죽음은 대체로 비합리적이다. 이미 함께할 수 없다면 살아가야 하는 것.
남아있지 않은 독약병을 바라본다. 바닥에 병이 떨어지면 차마 깨지지 않고 굴러간다. 약간 기울어진 바닥을 따라 굴러가더니 문가에서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걸린다. 시선은 이미 그 위를 향한다. 무거워 보이는 문이 여전히 닫혀있다.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처럼 한 곳을 응시하며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반했을지도 몰라.”
“그게 적대 가문의 장자일지 할지라도.”
마주치지 않을 눈가를 본다.
“하지만 그 사람과는 여기까지 도달할 수는 없었을 거야.”
이마에 입술을 눌러 입맞춘다.
“그런가…”
“당신을 사랑했나.”
조용한 고백이 끝나면 무거운 문을 끌어안듯 당겨 연다. 주변의 공기가 뒤섞인다. 무겁고 살짝 데워진 공기가 바깥의 차가움 사이 사이로 섞여간다. 곧 눈이 올 것 같다.
성당 밖 주변은 경찰이 에워싸고 있다. 이제는 누구를 잡으러온 것이 아니다. 2인분의 죽음을 가지러 온 사람들. 일의 결과는 기대와는 다르다. 잠긴 심장을 가진 연인을 끌어안고 살아있는 여자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