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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붐

La Bo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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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 110분

#로맨스 #드라마

운명도, 인연도, 첫눈에 반한다는 낭만도 신뢰하지 않는 현실주의자 사울은 시끄러운 파티장에서 사고처럼 다가와 초록색 눈동자에 끌렸다고 말하는 의문의 인물 루덴을 만나게 된다.

소란스러운 음악 속에서 헤드셋을 씌워주며 둘만의 느린 춤을 추는 순간, 사울의 궤도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비밀스러운 고백과 닿을 듯한 입술 사이, 알 수 없는 기시감 속에서 찾아온 이 감정은 우연일까, 아니면 오래전부터 시작된 운명일까?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그다지 맹신하지는 않는 편이다.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거나, 그 사람 없이는 못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그렇다.

사울 노이드는 운명이나 인연보다는 사실과 현실을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알 수 없는 인력에 의해 서로가 만나게 되고, 상대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는 그렇게까지는 신뢰하지 않았다. 유행하는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서 갓 결혼한 연예인 부부가 주로 이야기하는 소재. 사울에게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건 딱 그 정도의 감각이었다.

 

그리고 루덴은 그의 삶에 사고처럼 끼어들었다. 파티장에서 눈이 마주친 순간 사울은 루덴이 저를 향해 웃어주었다고 생각했다. 철없고 또래 여자애들 눈길 한 번 받고 싶어 안달난 사춘기 남자애 같은 생각을 했다고, 그는 그 순간 자기 자신을 의심했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고 상대가 웃었다는 게 신경이 쓰일 일인가? 그 정도 호의와 친절이 이렇게 특별하게 느껴질 일인가? 그는 애써 부정하고는 했지만 사울은 사춘기 남자애였고, 실제로 루덴은 그를 향해 웃으면서 인사한 게 맞았다. 어쨌든 그는 얼토당토없는 오해나 착각은 하지 않은 셈이다. 사랑과 우연은 행성 같은 것이라 가끔 궤도가 겹치는 순간이 있다.

다들 그랬듯이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춤을 췄다. 모두가 그랬으니 그럴 수 있었다. 손을 잡고 몸을 돌리는 순간에 루덴이 사울의 귓가에 말했다.

사실 네가 궁금했어.

사울은 루덴을 바라봤다. 딱히 거짓말을 한다거나, 관심을 받기 위해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내가?

아까 저쪽에 서 있었잖아.

응.

눈이 초록색이길래.

그게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하고 사울은 잠시 의문 섞인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춤 스텝을 밟다 말고 루덴이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사울은 음악 소리 속에서도 그 웃음소리를 선명히 구분해 들었다. 어쩐지 그건 물 담긴 유리잔을 아주 산뜻하게 두드린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주변이 온통 소란한데도 상대의 목소리만이 선명했다. 루덴은 누그러진 눈매로 웃으며 말했다.

여기 눈이 초록색인 사람은 너밖에 없어서.

그걸 다 보고 있었어?

하지만 모두와 인사하면 누가 어떤 색 눈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잖아.

그게 중요해?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안 오면 의미 없다고 생각했어.

물으면 물을수록 루덴은 희한한 사고방식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건 사울에게 있어 약간 예외의 존재처럼 느껴졌다. 마음을 들쑤시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편안하게 만들어주지도 않았다. 유리 너머로 햇빛이 들이치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눈을 감으면 그 위로도 알 수 있는 빛 같은 것. 미묘하게 눈이 부셨다. 사울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며 헤드셋과 플레이어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루덴의 뒤로 다가가 조용히 헤드셋을 씌웠다.

 

 

시끄러운 파티장 안에서 두 사람은 천천히 느린 춤을 추기로 했다. 손을 잡고 파티장 안을 도는 것은 변함없었지만 둘만이 주변의 다른 사람과 약간 다른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건 어쩐지 영화 같기도 했고, 어떤 소설의 한 장면처럼도 느껴졌다. 사울뿐 아니라 루덴도 그랬는지 어깨에 기대어 루덴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안기는 게 꿈이었던 것 같아.

……누구에게?

사울이 물었지만 루덴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헤드셋 때문에 질문을 듣지 못한 것도 같았다. 그렇다고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루덴은 사울의 말이나 의도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조용히 스텝만 이어나갔다. 실은 이곳에서가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고, 마음에 담아 왔던 사람 같기도 했다. 오랜 짝사랑과 춤을 추는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보이고 싶은 건지 정말 그런 건지 사울로서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루덴은 잠깐 고개를 들어 상대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사울은 순간 미묘한 기분을 느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믿지 않는 편이다. 생전 처음 본 사람과 어떻게 입을 맞추고 서로를 끌어안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인가?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말도 인연은 따로 있다는 말도 믿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그는 어쩐지 희한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루덴이 별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을 죄다 투명하게 내보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생각까지 읽히는 기분이 들어 사울은 짐짓 시선을 돌렸다.

 

우연히 만난다는 것과 사랑은 아주 다른 거라고 생각해?

…….

루덴은 사울의 대답은 관계없는지 천천히 기대어 선 채 계속 말했다. 아무래도 좋다는 것 같았다. 상대를 오랫동안 좋아해 온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처음 사랑에 빠진 것 같기도 한 미묘한 태도였다.

첫사랑은 원래 좀 시시한 거라고 하잖아.

하지만 절대 잊히지 않고? ¹

그런 거지.

사울은 이쯤에서 루덴이 자기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헤드셋 한쪽이 약간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손을 올려 루덴의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헤드셋을 다시 제대로 씌워주었다. 그 순간 눈이 마주치고 루덴은 손을 올려 뺨을 감쌌다.

사랑은 원래 갑자기 찾아와서 모든 걸 흔들어 놓는 거래. 도망치고 싶어도 그럴 수도 없는 거고. ²

그건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야? 아니면…….

사울의 질문이 끝나기 전에 루덴이 한 번 웃으며 손을 놓았다. 잠깐 서로를 놓칠 뻔했다가, 사울이 먼저 손을 뻗어 루덴을 다시 잡았다.

 

첫사랑 같은 거 믿어?

루덴이 물었다. 사울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잘 모르겠어.

첫눈에 반한다는 건?

그건 딱히…….

그럼 이런 건?

루덴이 약간 발돋움해 입술과 입술 사이가 살짝 스칠 정도까지 다가왔다. 사실은 너를 오래 좋아했다고, 그러나 말을 걸지는 못했다고,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네 주변에 줄곧 있었다고 말하는 대신 그랬다. 그리고 얼마 후면 네게서 사라질 수도 있고, 병동으로 떠나 네 곁에 없을 수도 있지만 지금만큼은 네가 좋다고 고백하는 대신 입을 맞추는 것을 택했다. 사울은 무엇 하나 알지 못한 채로 기묘한 기시감과 어색함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맞닿은 입술이 말랑하고 따뜻했다. 이런 식으로 첫키스를 해도 되는 건지, 첫사랑인지 아닌지, 좋은데 이렇게 갑자기 좋아해도 되는 건지. 무엇 하나 확신하지 못한 채로 그랬다. 루덴은 느낌이 어떻냐거나, 되묻지 않았다. 그래서 사울도 말하지 않은 채 생각한다.

 

넌 모를 거야.

가슴 속의 심장이 입으로 전달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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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컷

컨텐츠 정보

출연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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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노이드

Saul Noid

벤나,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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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덴 칼스테인

Luden Kal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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